2019.03.27
퇴사를 한지 어느덧 3개월차가 되었다. 솔직히 2개월차 까지만 해도 사람들 연락을 안하면 연락이 오지 않아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주중에 거리를 걸어다니거나 카페에 갔을때 '아 평일 점심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를 느낀 정도?
요즘 나의 심경에 변화를 주는 것들은 모두 주변인들의 걱정, 우려다. 나는 마치 내가 달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을 주입받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나보다 주변인들이 더 초조해 하고 걱정한다. 나에게 지금 너는 쉬면 안된다고 한다. 젊을 때 정신없이 살아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신없이 살아서 무엇하리. 무엇을 위해 달려야 할까. 당장 먹고 사는 고민이지만, 아직 돈은 있고 나는 또다시 감정 소모의 쳇바퀴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졸업을 하기 전에 취업을 하고, 4년이 지났다. 4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나는 지쳤다. 마음이 지쳤고,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모르겠고, 다시 하라고 했을때 솔직히 몇년동안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득 두번째 회사의 상무님이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본 때가 생각이 난다. 그는 분명 그 때 행복한 상태가 아니었으리라. 나는 비록 백수지만 행복하다. 다만 나의 행복을 불안한 마음으로 갉아 먹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는 것.
오늘은 전 회사 사람들을 만났다. 그 때의 나는 열심이었고, 항상 치열하게 고민했다. 내 노력도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저는 쉬고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함이 생겼다.
대책없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것들을 하나씩 하고 있는데, 왜 불안한걸까. 왜 쉬고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면서도 불안한 걸까. 아, 이곳은 한국이다. 아, 더 이상 유럽이 아니다. 유럽 여행에서 느꼈던 여유로움이 너무나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