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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DAY07. 투어보다 더 알찬, 세고비아

2  0  1  9  년 -

하 얀 손  여 행


퇴사하면 뭐할꺼야? '그냥 한 달 유럽 여행 가려구요' 라고 무심코 뱉어버린 말이 현실이 되었다. 20후반 백수 여자의 혼자 유럽. 흔한 퇴사 후 여행기.



마드리드, 춥고 삭막한 도시 속 따뜻한 사람들


* 도시명 : 마드리드->세고비아 (당일치기)

* 여행 기간 : 2019.01.01 - 2019.01.08



D A Y  0 7.

투어보다 더 알찬, 세고비아


#스페인식 아침 밥, 데사유노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더불어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다. 스페인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 다고들 하는데, 그중 가장 이른 아침에 먹는 끼니를 '데사유노(Desayuno)'라고 부른다. 데사유노로 간단한 빵과 커피를 주로 마신다.


세고비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크로와상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유명한 곳에서 먹은게 아니라 버스 터미널에 있는 카페에서 산건 데, 크로와상이 너무 고소하고 버터 풍미가 가득했다. 한국 크로와상에 비해 안이 약간 더 촉촉하고 살짝 더 쫄깃한 느낌. 버스 왕복권을 산 뒤 스페인식 아침을 먹으며 1시간 정도 기다렸다.



#한국인이세요?

출발 시간 즈음해서 버스 줄을 향해 갔다. 어디가 시작 줄인지 몰라서 다른 한국인에게 물어봐서 줄에 서있을 때였다. 내 바로 앞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게 뭔가 물어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한국인이세요?"라고 해버렸다.


버스 표를 보니 세고비아로 향하는 분이었고,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수다를 떨면서 너무 재밌게 세고비아로 향했다. 사실 유랑 카페를 통해 현지 학생을 세고비아에서 보기로 했었다. 원래 만나기로 한 동행에게 한 명 더 같이 다녀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흔쾌히 괜찮다고 해서 셋이서 다니기로 했다.



#어? 진짜 오셨네요!

먼저 만난 동행과 수도교를 보고 있었는데, 어제 점심을 같이 먹었던 동행들을 우연히 마주치게 됐다. 세고비아에 올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반가움과 신기함이 교차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지 모른다.)



#수도교 봤으면 절반은 봤다구요?

그 와중에 연락이 왔다. 만나기로 했던 현지 학생이 도착했다고. 전날 만난 동행들과 가벼운 안부를 나누고, 수도교 옆 음식점으로 향했다. 식당 안에는 거의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지 학생이 유창하게 주문을 해줬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식사로는 세고비아를 오면 사람들이 꼭 먹는 새끼 돼지 통구이(코치니요 아사도)를 먹었다. 살짝 짰지만, 고기는 족발의 비계 같이 부드러웠고 껍데기는 베이징덕 같이 바삭했다. 계속 먹으면 조금 질릴 수도 있는 맛 이었지만, 배고팠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우린 모두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다들 성격이 원만해서인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먼저 만난 동행과 수도교를 보고 왔다고 하니, 현지 학생이 세고비아에서 제일 중요한 걸 끝낸 거라며 절반 이상 다 본거라고 했다. 그만큼 세고비아는 작은 도시였다.



#노는게 제일 좋아

현지 학생의 완벽한 인솔하에 세고비아의 주요 관광지를 순식간에 돌고, 현지 학생 집으로 초대해줘서 옥상에서 노래를 틀고 맥주를 마시면서 놀았다. 만나기 전에 자기 집 옥상이 세고비아 수도교가 최고로 잘 보이는 곳이라고 했는데, 수도교를 정면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위치 였다. 뷰 인정!


신나게 맥주와 안주를 먹다가, 현지 학생이 자신의 세고비아 친구들을 불렀다. 이때 처음으로 현지인과 스페인식 인사인 도스 베소스를 했다. 도스 베소스(Dos Besos)는 서로 양쪽 뺨을 맞대면서 입으로 가볍게 쪽 소리를 내는 인사다. 개념은 알았지만 실제로 인사를 받아보니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언제 이렇게 인사 해보겠어!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타파스 집으로 이동해서 현지 학생의 친구 3명과 원래 만나서 놀던 사람 3명 이렇게 총 6명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하게도 이 타파스 집은 음료를 시키면 안주를 무료로 줬다.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과자가 아니라, 작은 메뉴를 무료로 줬기 때문에 음식을 따로 시킬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가격도 무척 저렴 했으니까,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 날도 역시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전에 마드리드에서 들었던 쿠킹클래스 수업이 생각나서 열심히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확실히 언어는 이렇게 현지인과 놀면서 배우면 금방 늘겠구나 싶었다. 



#투어가 주지 못할 경험들

원래는 6시 반 버스를 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게 놀다보니 저녁 10시 넘어서 버스를 탔던 것 같다. 한참 시간을 넘겨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의 움직임 때문에 숙취가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눈을 잠시 붙이기 전에 아침에 만났던 동행과 서로 '세고비아에서 진짜 이렇게 놀줄 몰랐는데..'하고 감탄하면서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만약 투어 였다면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거다. 물론 투어가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전체 여행 중에 몇 일 만이라도 여유있게 누군가 내게 들어올 틈을 주면 좋을 것 같다. 그 틈이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반면에 하루종일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정말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그래서 인생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게다가 카페도 두번이나 가고 타파스 가게 두번 갔는데, 따라만 갔더니 내가 갔던 음식점 이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 날의 모든 것이 막연하게 좋았다고만 기억 된다. 좋은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




기 억 에  남 는  순 간.


* 수도교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커다란 다리가 투박하지만 정교하게 건설된 것을 보니, 새삼 로마인들은 엄청난 사람들이었구나 싶었다.


* 현지 학생 집에서 엄청 큰 스피커로 노래를 빵빵하게 틀었을 때. 나도 나중에 독립하면 우리 집 한 켠을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이웃 주민이 신고할 것 같지만.



P H O T O.


멀리서 바라본 수로교.

가까이서 찍을때는 옆이나 아래 구도로만 찍을 수 있었는데,

정면 샷도 꽤 멋있었다.


세고비아 관광객은 이 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I N F O R M A T I O N.


* 세고비아 새끼돼지 음식점 메종 데 칸디도

  - 수도교 바로 옆에 위치.

  - https://goo.gl/maps/vzRZ49BWQFR2

  - 새끼 돼지를 맛보고 싶다면, 시도 해보는 것을 추천! 한 마리를 통으로 먹기보단 그냥 조금 시켜서 먹는게 좋은 것 같다. 생각보다 돼지 누린내 나는 맛은 안났다.